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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탄생한 상상력 : 프랑켄슈타인

by Soda3 2025.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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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부터 넷플릭스에서 [프랑켄슈타인]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 수상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가 새롭게 만든 호러 영화라고 하는데요.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 [프랑켄슈타인]을 먼저 읽어보면 어떨까 싶어 정리해봤습니다. 

참고로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입니다. 영화도 무척 많이 만들어졌고, 뮤지컬로도 각색되었죠.

각각의 영화와 뮤지컬은 저마다의 해석과 내용으로 만들어졌는데, 그만큼 원작이 가진 매력이 엄청나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한 괴물 이야기가 아닙니다. 19세기 초 런던의 지적 분위기 속에서 태어난 이 작품은, 인간의 창조욕과 도덕적 책임의 경계를 탐구한 고전입니다. 메리 셸리의 철학과 상상력, 그리고 그녀가 창조한 인물들은 오늘날에도 인간의 본질과 윤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메리 셸리의 생애와 배경

메리 셸리는 1797년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부모는 사상가이자 작가로,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 권리 운동의 선구자였고,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은 자유사상을 대표하는 철학자였습니다. 이런 환경은 셸리에게 어린 시절부터 사유와 글쓰기의 힘을 가르쳤습니다. 그녀는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의 사랑을 통해 문학적 감성을 키웠으며, 두 사람은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상가로 살았습니다. 1816년 제네바에서 바이런 경과의 모임 중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써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이때 셸리는 악몽 속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프랑켄슈타인, 혹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를 구상했습니다. 그녀가 열아홉 살에 쓴 이 작품은 단순한 괴기물이 아닌 철학적 소설로, 인간의 지식 욕망과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오만을 고발합니다. 메리 셸리는 개인적으로도 자녀의 죽음과 남편의 죽음을 겪으며 고통 속에서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창조의 의미를 고민했습니다. 이런 개인적 경험과 시대적 사조가 결합되어, ‘창조자이자 파괴자’라는 인간의 모순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것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줄거리 요약

소설은 북극 탐험가 로버트 월턴이 여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됩니다. 그는 항해 중 얼음 위에서 한 남자를 구조하는데, 그가 바로 빅터 프랑켄슈타인입니다. 빅터는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회상하기 시작합니다. 빅터는 제네바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과학에 열정을 가진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생명의 비밀을 밝히고자 시체 조각을 이어붙여 생명을 창조하는 실험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괴물(The Creature)의 끔찍한 모습을 본 순간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망칩니다. 버려진 괴물은 인간의 언어와 감정을 배워 사회에 섞이려 하지만,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돌팔매질당하고 거부당합니다. 괴물은 자신을 창조하고 버린 창조주에게 분노하고, 빅터의 동생 윌리엄을 살해합니다. 이어 빅터의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더 큰 비극을 불러오며, 괴물은 빅터에게 동반자가 되어줄 짝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빅터는 결국 두려움과 도덕적 갈등으로 그 요구를 거부하거나 파괴함으로써 괴물의 복수를 더 부채질합니다. 복수에 불탄 괴물은 빅터의 약혼녀 엘리자베스와 친구 헨리 클레르발을 죽이고, 빅터는 괴물을 끝까지 쫓아 북극으로 향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빅터는 추위와 피로로 죽고, 괴물은 창조주의 시신 앞에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사라집니다. 이 비극적 결말은 인간이 자신의 욕망과 창조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초래되는 파멸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주요 인물

빅터 프랑켄슈타인 (Victor Frankenstein)
빅터는 지식을 향한 끝없는 욕망과 과학적 호기심으로 생명을 창조합니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윤리적 성찰 없이 추진되었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만든 존재를 책임지지 못합니다. 빅터는 '과학적 오만'의 전형으로 읽히며, 그의 내적 갈등은 이성과 감정, 책임과 욕망 사이의 불균형을 상징합니다. 작품은 빅터의 몰락을 통해 과학적 발견이 도덕적 성찰과 결합되지 않으면 파괴적일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괴물 (The Creature)
괴물은 외형상 흉측하지만, 내면에는 고독, 학습능력, 감정, 도덕적 감각이 자리합니다. 그는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타인과의 관계를 갈구하지만 거부당합니다. 괴물의 서사는 '타자화'와 사회적 배제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독자는 점점 괴물에게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괴물의 분노는 개인적 복수심을 넘어 사회에 대한 질문—'진정한 괴물은 누구인가?'—을 던집니다.

 

로버트 월턴 (Robert Walton)
월턴은 북극 탐험을 통해 명성·지식·발견을 추구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편지 형식의 서술자로서 독자에게 빅터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자신의 야망을 반성하게 됩니다. 월턴의 존재는 빅터와의 미러링을 통해 '야망을 절제할 줄 아는 지혜'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결국 그는 빅터의 비극을 보고 자신의 탐험을 멈추는 선택을 합니다.

 

엘리자베스 라벤자 (Elizabeth Lavenza)
엘리자베스는 빅터의 약혼녀로 작품 내에서 순수함과 헌신의 상징으로 묘사됩니다. 그녀의 역할은 가정적 안정과 인간적 애정을 대표하지만, 빅터의 연구와 집착 때문에 파괴됩니다. 엘리자베스의 희생은 과학적 탐구가 주변 인간관계에 미치는 파괴력을 드러냅니다.

 

헨리 클레르발 (Henry Clerval)
헨리는 인문학적·도덕적 감수성을 지닌 인물로, 과학적 냉철함만을 추구하는 빅터와 대비됩니다. 그는 인간적 연민과 예술적 감수성을 대표하며, 그가 당한 비극은 빅터의 선택이 가져온 도덕적 결과로 읽힙니다. 헨리의 존재는 소설이 단순한 과학비판을 넘어 인간성 회복의 가치를 주장함을 보여줍니다.

이들 인물의 상호관계와 심리적 갈등은 소설 전반의 윤리적·철학적 주제를 구체화합니다. 각 인물은 단순히 사건을 이끄는 역할을 넘어서 인간의 욕망·외로움·책임·공감이라는 보편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프랑켄슈타인의 문학적 유산

『프랑켄슈타인』은 고딕 문학과 과학소설의 경계를 허물며 현대 소설의 여러 형식을 실험했습니다. 편지 형식의 서술, 이중 시점, 그리고 창조자의 회상이라는 구조는 독자에게 윤리적 판단을 강요하며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만듭니다. 이 작품은 이후 수많은 문학·영화·철학적 논쟁의 출발점이 되었고, 특히 20세기 이후 인공지능·생명공학 윤리 논의에서 핵심적 사례로 인용됩니다. 또한 메리 셸리 본인의 위치—여성 작가로서 과학·철학의 중심 주제를 다룬 점—은 문학사적·페미니즘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고전이 주는 현대적 의미

오늘날 AI, 로봇공학, 유전자 편집 등의 기술은 프랑켄슈타인이 제기한 질문을 현실로 만듭니다. “우리는 무엇을 창조할 권리가 있는가?” “창조물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같은 질문은 단순한 이론적 논쟁을 넘어 정책·윤리·사회적 합의를 요구합니다. 괴물의 고독과 분노는 현대 사회의 소외·차별 문제와도 맞닿아 있으며, 기술 발전이 인간성 회복과 공감의 확대 없이 진행될 때 발생할 위험을 경고합니다. 메리 셸리는 상상력을 통해 기술사회가 반드시 동반해야 할 윤리적 성찰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결론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런던의 지적 토양에서 태어난, 인간의 욕망과 책임을 심층적으로 탐구한 불멸의 고전입니다. 빅터와 괴물, 월턴과 주변 인물들이 얽히는 서사는 단순한 공포담을 넘어 과학과 윤리,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합니다. 오늘날 이 작품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기술과 사회가 직면한 근본적 질문들—창조의 한계와 책임, 타자에 대한 공감—을 지속적으로 물어야 함을 일깨우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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